1440년대 초, 세종은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조선의 말소리는 분명 살아 있었지만, 백성들은 한자를 모르는 탓에 자기 이름조차 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억울한 일을 겪어도 호소할 글이 없고, 아이들도 글을 배우려면 수년이 걸렸습니다. 세종은 이처럼 백성들이 글이 없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것을 가엽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쉽게 읽고 쓸 수 있는 우리의 글자를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왕의 비밀 실험! 세종은 먼저 집현전의 학자 정인지, 성삼문, 박팽년 등을 불러 사람의 입 모양과 혀의 움직임을 관찰하게 했습니다. 이 연구 과정은 오늘날의 언어학 실험처럼 치밀했습니다. 세종은 세상의 모든 소리가 하늘, 땅, 사람의 이치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모음의 기본을 ㆍ(하늘), ㅡ(땅), ㅣ(사람)으로 삼았습니다. 또 자음은 발음 기관의 모양에서 가져왔습니다. 입술을 닫을 때 나는 소리는 ㅁ, 목구멍에서 나오는 소리는 ㅇ과 같이 입, 혀, 목 모양을 본떴습니다.
일부 신하들은 중국의 문자를 따르지 않고 새 글자를 만드는 것이 큰 문제라며 를 올려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세종은 백성의 불편을 덜어 주는 것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1443년, 마침내 새 글자가 완성됐습니다. 세종은 그것을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훈민정음’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리고 1446년, 17자의 자음과 11자의 모음으로 구성된 훈민정음을 반포했습니다. 세종은 직접 백성들에게 글자의 원리를 그림과 함께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한글의 탄생으로 백성들은 어렵지 않게 자기 이름을 쓰고, 말을 글로 옮길 수 있게 됐습니다. 세종은 한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삼강행실도』 등 백성들이 읽을 여러 종류의 책을 한글로 펴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한글은 우리나라 고유의 문자이며,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정교한 문자 체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