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샘스토리재우쌤의 창의여행

[인도 다르질링 4편] 난민 공동체에서 배운 연대

등록일 : 2025-12-22 관련자료 (3)
0 41
재우쌤

다르질링의 아침 공기는 유난히 차고 맑았습니다. 푸른 차밭과 히말라야 동물들에 이어 오늘은 ‘다르질링 티베트 난민 자립
센터(Tibetan Refugee Self-Help Centre)’로 향했는데요. 해발 고지대의 좁은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히말라야에서 넘어온 난민들이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곳이 나타납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오래된 기도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며 인사를 건넵니다. 이곳에서 직조기가 달그락거리며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사람들의 온기가 제게 스며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우리가 세계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했는데요.
제가 품은 여러 가지 질문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그럼, 이곳 사람들의 단단한 삶 속으로 같이 걸어 들어가 볼까요?

왜 이곳에 난민들이 있을까?

난민 센터로 향하는 길은 마치 오래된 시간의 층위를 밟고 지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바람 사이로 들려오는 작은 노랫소리와 말소리는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 이어지는 터전임을 느끼게 했습니다. 왜 이곳에 티베트 난민들이 있을까? 1959년, 많은 티베트 사람은 중국과의 갈등으로 고향을 잃었습니다. 그중 일부는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까지 도망쳤고 그 길 끝에 다르질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피난민 300여 명이 모여 “우리가 자신을 지켜내자.”라는 마음으로 만든 공동체가 바로 지금의 난민 센터입니다. 지금도 그 정신은 계속 이어져 이곳 사람들은 자립적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센터 초입에는 그들이 걸어온 역사를 간략히 보여주는 작은 전시판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눈보라 속을 걸어 히말라야 국경을 넘던 당시의 사진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 앞에 서 있으니 ‘난민’이라는 단어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흔들어 놓는지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센터 안에는 카펫 공방, 뜨개질 작업장, 티베트 난민들이 직접 만든 물건을 파는 상점 등이 있습니다. 티베트 전통 무늬가 새겨진 카펫을 짜는 장인들의 손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정확했습니다. 마치 오래된 기억을 실타래에 풀어내듯 규칙적인 손놀림 속에 그들의 지난 삶과 문화가 담겨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카펫에 새겨진 무늬는 티베트의 상징과 신앙, 자연을 담아낸 작은 역사서 같았습니다. 어떤 무늬는 설산을 형상화했고, 어떤 무늬는 악귀를 물리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작업이 단순노동이 아닌 기억을 지키는 방식임을 깨닫게 해줬었습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의 수익금은 티베트 난민들의 생활에 보탬이 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저는 수제 주머니를 샀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더 보태고 싶은 생각에 제 생일을 명목의 기부금을 내고 왔습니다.

미소 가득한 얼굴 뒤에 숨은 이야기

공방에서 한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어릴 때 엄마의 손을 잡고 히말라야를 넘었다고 했습니다.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겨우 정착한 곳이 바로 이 센터였고, 카펫을 짜며 네 아이를 키워 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환하게 웃는 할머니의 얼굴에서 적지 않은 아픔을 읽어 낼 수 있었는데요. 고향에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 언제까지나 ‘난민’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한다는 현실, 문화와 언어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여기서는 서로서로 가족처럼 돌봐요.”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자립 센터에는 교육을 위한 학교, 병원, 돌봄 공간 등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부족한 자원을 나누고, 서로의 기술을 배우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에서 공동체의 강인함이 느껴졌습니다.

티베트 난민 자립 센터와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

이곳 티베트 난민 자립 센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와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저는 이곳의 풍경을 보며, 이 목표가 교과서 속 개념이 아니라 지금도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실제 원칙이라는 것을 깨달았는데요.

  • Goal 1 ‘빈곤 퇴치’ & Goal 8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 성장’

    이곳 난민들은 스스로 생산한 제품을 판매해 자립을 이룹니다. 단순한 생계가 아니라 존엄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노동하는 구조(dignified work)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 Goal 4 ‘양질의 교육’

    센터 안에는 난민 아이들을 위한 작은 학교가 있어 언어·문화를 배우면 미래를 준비해 나갑니다. 교육은 난민에게 가장 강력한 희망의 도구입니다.

  • Goal 10 ‘불평등 감소’

    난민 센터는 고향을 떠난 사람들, 법적 신분이 약한 사람들도 공동체에서 차별 없이 일하고 배우며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 Goal 12 ‘지속 가능한 소비’

    우리가 이들이 만든 카펫이나 공예품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자립에 직접적인 도움을 줍니다. 공정 무역 인증 제품을 선택할 때와 같이 의미 있는 소비인 것이죠.

우리가 만난 것은 ‘난민’ 아닌 ‘사람’

난민 센터를 나서며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 노인들이 햇볕을 쬐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도움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스스로 두 발로 서 있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강인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무척이나 따스해 보였습니다.

난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을 도움을 줘야 하는 대상이 아닌 우리와 같은 꿈과 고민을 가진 사람들로 보는 것, 그 단순한 진실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세상을 향한 첫걸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세계와 연결되어 있을까?
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또 바람이 불어옵니다. 다르질링의 바람은 날카롭지만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부드럽습니다. 아마도 그 속에 서로에게 의지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숨결이 스며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각자의 자리에서 오늘의 삶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다르질링 사람들의 생명력이 만든 훈풍이겠죠.

다르질링에서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이번 여행이 여러분에게도 ‘지속 가능성’과 ‘연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작은 관심과 선택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김재우 선생님
김재우 선생님 반포중학교
중·고등학교에서 다년간 체험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국어 교사 김재우입니다.
여행을 좋아하며, 특히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창의 활동을 좋아합니다.
‘재우쌤의 창의여행’은 교실을 벗어나 풍부한 감성과 경험을 쌓고 교과 융합 수업을 맛볼 수 있도록 테마를 소개합니다.
딱딱한 학습보다 재미있게 공부하며 스스로 익힐 수 있도록 구성하였고, 흥미 위주의 여행보다는 깊이 있는 학습을 통해
창의력을 기를 수 있도록 정리하였습니다. ‘재우쌤의 창의여행’만의 이야기를 통해 좋은 교육 자료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