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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을 멈춰 세웠습니다. 학교 가는 것은 물론이고 집 밖으로 나가 세상을 마주하는 모든 일에 제약이 걸렸습니다. 공항은 닫혔고, 국경이 잠기면서 매일 인산인해를 이루던 유명 관광지도 조용해졌습니다.
이런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놀라운 장면들을 목격했습니다. 뿌연 먼지가 걷히고 깨끗한 하늘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 다. 사람의 발길이 줄어든 도심 곳곳에는 이따금 야생 동물이 출몰하기도 했습니다. 인간이 속도를 늦추면 자연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누리며, 다른 한쪽으로는 많은 것을 잃어 왔던 것은 아닐까?” 한동안 떠나지 않았던 이 물음이 마침내 저를 특별한 여행길에 오르게 했습니다.

그동안의 여행은 빠르고, 소비적인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우리가 마구 먹고, 마시고, 버리고, 편하게 머물다 가는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그 지역과 지역 주민들이 떠안아야 했습니다. 누군가에는 더할 나위 없이 안온한 여행이 관광지의 생태계는 물론이고 문화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인도의 아름다운 도시 ‘다르질링(Darjeeling)’도 무분별한 관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 중 하나입니다. 폐기물을 처리하는 인프라가 부족한 다르질링은 쓰레기가 조금만 쌓여도 산비탈 아래로 쓰레기가 굴러떨어지고 하천이 오염됩니다. 관광객들이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가 이런 사태를 심화시키는 데 적지 않는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성수기에는 피해가 더 큽니다. 좁은 산악 도로로 차가 몰리면서 극심한 교통 정체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연, 미세 먼지로 인한 대기 오염도 증가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한 숙박 시설을 짓느라 일부 산림 지역을 무단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다르질링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은 대형 체인 호텔이나 외국계 자본가들이 운영하는 숙소와 레스토랑을 사용합니다. 또, 중국산 모조품이 즐비한 가게에서 기념품을 삽니다. 이 때문에 관광객들이 많아도 실질적인 지역 경제 발전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현지인들이 자신의 환경을 내주고 받는 대가가 터무니없이 적은 셈이죠.
세계 곳곳에 벌어지는 이런 현상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지속 가능한 여행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여행’이란 단지 친환경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지역의 주민, 환경, 사회, 문화를 존중하고,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 이바지를 하는 행위가 모두 포함됩니다. 하나뿐인 지구에서 모두가 더 오래, 더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지속 가능한 여행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그래서 저는 인도 다르질링으로 불편하고도 느리지만 마음만은 풍족한 여행을 계획하게 됐습니다

인도 원정대 이후 한동안 가지 못한 인도였습니다. 언젠가 다시 간다면 그때는 꼭 다르질링을 가겠노라 다짐했습니다. 아주 오래전 인도에서 만난 어떤 여행자에게 추천받았던 다르질링은 제가 알게 모르게 마음속으로 품어왔던 곳이었습니다. 3월 신학기가 시작될 무렵, 인도행 항공권을 발권했습니다. 5년 만의 인도라니! 게다가 다르질링이라니! 여행에 대한 기대가 또 한 학기를 버티는 힘이 돼 줬습니다.
인도는 워낙 크고 넓기 때문에 다 둘러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많은 여행자들이 핵심 지역 위주로 먼저 인도의 맛을 본 후 다음에 다시 방문하는 편입니다. 그렇게 인도에 푹 빠져버린 저는 벌써 이번이 9번째 인도 방문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11일간의 여정이었고, 그 대부분을 다르질링에서 보내기로 했습니다. 다르질링은 콜카타에서 시작해 네팔로 가기 위해 잠깐 들르는 도시로 삼는 사람들이 많지만, 저는 오로지 다르질링에서 지내기 위한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머물며, 그 지역을 온전히 느껴 보는 그런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인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는 현지인들로 가득했습니다. 약간은 수다스럽기도 했지만 인도인 특유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기운을 가득 충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비행기를 타고 여행지로 날아가는 그 순간이 가장 설렙니다. 다르질링에서 저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광경을 마주하게 될까요?

고산 지대에 있는 다르질링으로 가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다르질링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인 바그도그라에서도 차로 3시간 넘게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출발한다고 하면 도착까지 꼬박 하루를 잡아야 합니다.
경유지인 인도 델리 공항에 도착했을 때 제이가 입국장에서 플래카드와 꽃다발을 안고 저를 반겼습니다. 제이는 2018년 인도 원정대 2기 때 맺은 소중한 인연입니다. 당시 네루대 한국어학과 학생이었던 그는 어느새 졸업하고 한국계 회사 인도 법인에서 통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와는 6년 만의 재회였습니다. 바그도그라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가 다음날 오전에 있었기에 제이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그간의 밀린 이야기를 아낌없이 나눴습니다.
다음날, 바그도그라 공항에 도착해 바깥으로 나가니 많은 호객꾼들이 우리를 애워쌌습니다. 기사들이 외치는 가격을 듣고, 흥정에 흥정을 거듭한 후에야 겨우 다르질링행 택시에 올라탈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이 여러모로 피곤하지만 이 또한 인도의 살아 있는 문화이기에 즐기고자 노력했습니다.
얼마나 달렸을까. 산속 구불구불한 길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이곳 모든 기사들의 운전 실력은 달인의 경지에 오른 듯합니다. 하지만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계속되는 산길에 저는 멀미인지, 고산증인지 모를 뭉근한 두통을 느꼈습니다.
시선을 돌리자 쨍한 여름의 태양, 창밖으로 무한히 펼쳐진 차밭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확실히 다른 세상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윽고 도착한 다르질링. 도착하자마자 맑고 시원한 공기가 느껴집니다. 탁 트인 풍경, 역시 인도인들에게 사랑받는 휴양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심 끝에 고른 숙소는 우리에게 과분한 풍경을 선물했습니다. 한참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는 광경이었습니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부지런히 동네를 걸어 봅니다.

다르질링에는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홍차의 원산지이기도 한데요. 19세기 영국은 식민지였던 이곳 다르질링에서 나는 차를 실어 나르기 위해 장난감처럼 작은 산악 열차인 토이 트레인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관광객들을 위한 관광 열차로 활용되며,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도 지정되어 있습니다. 또, 다르질링에는 멸종 위기에 놓인 히말라야 동물들을 지키는 동물 보호소와 1950년대에 망명한 티베트인들의 자활을 위해 만든 티베트 난민 센터도 있습니다.
여행자들이 책임감 있고 너른 마음으로 여행한다면 이것저것 고루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여행지인 셈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지속 가능한 여행을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이러한 형태의 여행은 UN이 2030년까지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속한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 (SDGs)’와도 연결되어 있는데요. 이번 다르질링 여행에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 중 특히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 성장(Goal 8)’, ‘지속 가능한 도시와 공동체(Goal 11)’,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Goal 12)’, ‘기후 변화 대응(Goal 13)’에 대해 깊이 헤아려 보기로 합니다.
본격적인 다르질링 여행기는 이어지는 2편에서 더 다뤄 보겠습니다!
- 김재우 선생님 반포중학교
- 중·고등학교에서 다년간 체험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국어 교사 김재우입니다.
여행을 좋아하며, 특히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창의 활동을 좋아합니다.
‘재우쌤의 창의여행’은 교실을 벗어나 풍부한 감성과 경험을 쌓고 교과 융합 수업을 맛볼 수 있도록 테마를 소개합니다.
딱딱한 학습보다 재미있게 공부하며 스스로 익힐 수 있도록 구성하였고, 흥미 위주의 여행보다는 깊이 있는 학습을 통해
창의력을 기를 수 있도록 정리하였습니다. ‘재우쌤의 창의여행’만의 이야기를 통해 좋은 교육 자료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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